KOR  中文

한글

中文

민사단독재판, 소가 1억→ 2억 상향

Body


[ 1억~2억원 구간의 단독사건은 비변호사 대리 안돼
전국 민사합의부 36개 폐지…단독재판부 72개 증설
대법원, 민사 및 가사소송 사물관할 규칙일부 개정 ]

대법원이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사실심을 충실하게 진행하기 위해 민사 합의부가 심리하던 사건을 단독 재판부가 심리하도록 사물관할을 개편했다. 이를 위해 오는 7월 전국 지방법원과 지원의 민사합의부 36개를 없애고 대신 단독 재판부 72개를 증설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지난 23일 대법관회의를 열고 민사 단독재판부와 합의재판부의 사물관할 구분 기준을 현재 소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규칙은 오는 2월 13일부터 접수되는 민사사건부터 적용한다.

민사 단독 재판부는 과거 5000만원 이하 사건을 맡았는데 2001년 3월부터 1억원 이하 사건도 심리하게 됐다. 이번 규칙 개정으로 14년 만에 심판 범위가 소가 2억원 이하 사건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개정 규칙에 따르면, 지방법원 합의부가 맡는 사건은 소가 2억원을 초과하는 민사사건으로 상향조정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합의부에 배당하던 소가 1억~2억원 사이의 사건은 단독 재판부에 배당된다.

대법원은 "물가 상승과 경제규모 확대로 소가가 높아지면서 합의부가 관할하는 사건의 비중이 커지고 사건처리가 점차 늦어지는 문제가 생겨 규칙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전체 민사 합의부 사건에서 소가가 1억원을 초과하고 2억원 이하인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는다. 2010년 40%, 2011년 40.4%, 2012년 40.7%, 2013년 41.2%, 2014년 41.6%로 해마다 500여~1300여건씩 증가하고 있다.

합의부 사건의 40% 가량을 단독재판부가 맡게 되면 합의부의 업무부담이 줄어들고, 그만큼 한 사건에 들이는 심리 시간도 늘어나 충실한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사자는 법정에서 자신의 사건을 심리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단독 재판장 1명으로부터 효율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독 재판부에서 심리하는 사건이라도 소가가 1억원을 초과하는 사건의 항소심은 지방법원 항소부가 담당하지 않고 지금처럼 고등법원이 맡게 된다. 단독 재판부 사건이 늘어나 민사 항소부를 증설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고법 합의부에서 사건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고등법원에 근무하는 경륜 있는 판사에게 재판을 받으면 당사자의 만족감과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가 1억~2억원 사이의 단독사건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아닌 사람이 대리할 수 없다. 현재 민사소송규칙은 단독재판부 사건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송당사자의 4촌 이내의 친족, 주식회사의 지배인 등은 이 규정에 따라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소송을 대리할 수 있었다. 단독 재판부의 소가가 상향조정됐지만, 소가가 높은 만큼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민사 사물관할 개편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없어지는 36개의 합의부 부장판사 중 상당수가 단독 재판부로 옮기게 된다. 그만큼 단독 재판부에 경력 있는 판사들을 배치해 재판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사실심 충실화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2018 년까지 단독 재판장의 절반 가량을 경력 15년 이상의 부장판사로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의 한 변호사는 "단독 재판부가 늘어나 사건 처리는 빨라질 수 있지만, 판사 3명이 신중하게 합의해 사건을 처리하는 합의부 재판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ssy@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