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는 여직원에게 "임신했냐" 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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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성희롱'에 해당" 판결
회사를 그만두는 여직원에게 임신했는지를 묻는 것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반도체 관련 회사의 생산라인 관리과장으로 일하던 한모씨는 2012년 4월 부하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평소 술자리나 간담회 자리에서 여직원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상습적으로 만진 것이 문제가 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직원들의 방에 늦은 시간 갑자기 방문하거나 자신의 숙소로 여직원을 끌고 들어가 동침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퇴직을 앞두고 상담을 청하는 여직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남자친구와 무슨 일 있냐. 임신했냐'고 묻기도 했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한 여직원은 한씨를 형사고소해 한씨는 1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씨는 해고당한 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한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2구합42113)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신했냐'고 묻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호의적인 언동으로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씨는 관리과장으로 사업장내 성희롱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성희롱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징계위의 해고 처분은 적정하다"고 설명했다.
홍세미 기자 sayme@lawtimes.co.kr